허~! 물방개 잡고 버들피리 만들어 불던 시절이 엊 그제 같은데 이미 인생은 불혹의 나이를 넘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知天命)50대가 되어 버렸다.
이제 산의 정상에 서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 볼 나이가 된것 같기도 하고 어디로 어떻게 산을 내려가야 할 지 고민도 해야 할 나이가 된것 같기도 하고..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으며 희망과 실망,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꿋꿋히 올라온 길이것만 그저 허탈
하기만 하고 가슴이 뻥 뚤려 앞 뒤로 바람이 통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물론 일상에서 말하는 실패한 인생도 아닐진데 나 자신의 마음엔 그렇다. 인생은 50부터라든가 인생은
60부터다 라든가 하는 말들도 많이 있기는 하지만 왠지 달려온 인생을 한번쯤은 쉬어서 숨을 돌리며 되돌아 봐야 하는 나이이기도 한것같다.
옛날 같으면 자식들 모두 시집장가 보내고 빠른 사람들은 손자,손녀 재롱에 정담아 살아갈 나이이기도 하겠지만, 현실은 세상이 더 많은 학식과 실력을 요구하다 보니 자식들 조차 교문을 벗어나지 못한 녀석들도
많을것이다. 아직도 책값에 등록금에 유학비에 논문비용 등등 금전적 요구는 계속되고 사회는 노령이다
하여 자꾸만 세상밖으로 밀어내려 하고.. 물론 모든 사람 전체를 대변하는 말은 아닐 터이지만 적어도 대
다수의 50대는 그럴것이라 생각된다.
얼마전 고등학교 동창 친구를 만났다. 직장을 다니다 10여년전 쯤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한다.
나름대로 사업도 잘 진행되고 돈도 좀 벌었지만 왜 그리 마음이 허전한지 동창모임, 친구와 술자리등이 많아 졌다고 했다. 심할땐 때론 죽음을 생각하기도 하고 깔끔한 옷도 챙겨입기 싫어지고, 시간이 여유있어 TV드라마라도 볼라 치면 어느새인가 거기에 빠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기도 하여 손으로 훔쳐내기도 한다고 했다.
그 친구의 말에 정말 50의 나이가 희망과 열정의 끝자락일까 하는 생각을 해봈다.
직장을 다니던 정치를 하던 무슨일에 몸 담고 있어도 그 곳에서 만큼은 내가 혼자라도 해낼 수 있고 겁이 없던 시절들이 있었는데 이젠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일까 !
요즘 아내가 늦깍이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 시대란다. 50 중반을 넘겨 자격증이 뭐 필요할까! 생각도 들었지만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노령 취업상담사가 되어 볼 생각이란다. 그말에 문득 아1 그렇구나 .. 노령사회로의 진화가 무척이나 빠른 요즘 그것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잘한 생각이라고 칭송하고 인터넷을 뒤져
여기저기서 자료를 찾아 프린트 해 주었다. 요즘 공부하는 재미에 신이 났다. 젊어서는 공부하기를 그렇게 까지 즐겨하던 사람은 아니다. 새삼 희망과 미래라는게 어떤것인지 생각하게 보게 되었다. 또한 지인은 형편이 어려워 정규과정은 중학교 중퇴가 전부였는데 60을 훌쩍 넘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명실공히 박사학위를 취득해 지금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정말로 많은 경험과 생활지식을 얻었지만, 바꿔 말하면 절실했기에 남보다 더 귀 기울여 배웠는데, 누구에게 다시 전하거나 이야기를 해도 그저 나이든 아저씨의 잔소리 정도로 받아 넘기더란다. 소위 간판이 없으니 믿어 주는 이도없고 믿을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요즈음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강의 시간이 부족해 강의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이 노트를 들고 따라 다닌다고 했다. 청춘이 따로 없다고 한다. 물론 집에 와서는 손자들의 학업을 도와주고 같이 놀아주고 하기는 하지만 아침에 가방들고 학생들을 대하러 대문을 나서면 걷기 보다 뛴다고 했다. 활력이 넘치고 건강이 넘친다고 했다.
이것이 인생인가 보다. 70의 나이지만 그 지인지금 정신적 나이는 대학 졸업의 20대인 셈이다. 국가의 노인복지를 운운하고 경기를 탓하고 인생의 허달함에 젖어 사는 노령의 사람들도 허다한데 날아다닌다니 참으로 존경스럽다.
50대에 서있는데 무기력해지고 혼자있고 싶고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하는 것들은 되집어 보니 모두 인생의 사치인것 같다..즉 살만하다는 뜻이다. 사람이 늙어가거나 죽는다는 것은 그저 봄에 꽃피고 가을에 낙엽지는것과 같이 자연의 순리에 불과한것 같다. 기력이 쇠퇴하여 죽음에 이른다면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면 되는것 같다. 살아온 인생에 대하여 아쉬움도 요란한 갈등도 없이 조용히 눈감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면 되는것 같다.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을때에는 아주 편안하다고 했다. 사고를 당해 신체가많이 다쳐서 죽든, 병으로 인하여 고통을 받다가 죽든, 숙환으로 기력이 쇠약하여 죽든 죽음은 모두 편안하다고 한다.
그것은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신경이 기능을 잃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피곤할때 잠드는 그런 느낌이라 한다. 맞는것 같다. 죽기전 발버둥 치던사람들도 막상 임종에 이르면 팔다리 다 늘어 뜨리고
편안한 자세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야기가 좀 다르게 가고 있지만 어쨌든 50의 인생은 활기의 재충전 시기라 생각하고 살아온길 점검하고 정돈하고 잘 잘못 반성해 보고 남은 절반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나이인것 같다. 교직에 계신분들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연구년을 갖듯이 우리 인생도 50대에서는 그러해야 할 것같다.
요즈음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응해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삶으로 알고 살아가야 하기때문에 인생 되돌아 보고 휴식을 취하고 할 그런 여유는 없다. 그러나 옛 우화에 젊은이와 노인이 나무를 베는데 노인은
수시로 쉬면서 하는데도 젊은이 보다 훨씬 많은 나무를 베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단 1분도 쉬지않고 일했것만 번번히 노인에게 지고 만다. 하루는 젊은이가 노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어르신! 어르신은 수시로 쉬고 부지런히 하시는것 같지도 않은데 열심히 하는 저보다 나무를 많이 베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저 노인은
웃고만 있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노인이 일을 하기위해 일어서면서 젊은이에게 한마디 던진다. "도끼를
갈게" 그렇다, 노인은 쉬면서 체력을 보강하고 무뎌진 도끼의 날을 갈아 잘 들도록 한것이다. 쉬지 않고 계속하니 도끼는 무더지고 무뎌진 도끼로 나무를 베니 힘은 두배로 들고 손에 물집도 생기고 ... 당연히 효율 면에서 노인에게 질 수 밖에 없는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앞만 보고 평생을 뛰기 보다는 잠시 쉬면서 정리하고 계획하는 것들이 필요한것 같다. 50대는 결코 절망의 나이가 아니다. 잠시 쉬면서 준비하는 나이이고 손 바꿔 다시 일하기도 하고 하던일 마무리하고 새로운일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나이 이기도 한것 같다.
나 스스로 긍정적으로 활력을 불어 넣으니 미래가 밝아 보이고 마음이 즐거울 것이다. 대기 만성이라고 하지만 단기 만성도 많다. 자기의 생각과 계획에 맞게 단기든 장기든 할일에 대한 계획을 세워 행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할일들이 있다. 술마시고 한숨쉬고 어깨 축 늘어진 추악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 앞서 말한 지인처럼 인생을 많이 살다 보니 갖은 경험과 지식도 그만큼 많으니 경쟁적 우위에 있음은 자명하고 또 자라나는 후세에 그 지식을 나눠 주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사랑하는 50대여 !! 다시 한번 일어섭시다. 우리에겐 충분한 경험과 지식이 있습니다. 50대 이전에 30년 걸려 이룬일이라면 50대에 시작하면 10년 이내에도 이룰 수 있습니다. 왜?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에.. 힘차게... 그리고 늠름하게...... 50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