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 써야 할 일본말<165> ..... ‘안료’도 ‘염료’도 ‘물감’이면 된다
요즈음 들어서 <감온안료>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면서 각종 응용분야에 대한 문의가 많아 졌습니다. 하지만 이 감온안료에 대한 정보는 많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색상 변화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문의 하시는 분들께서 많이 혼란스러워하셔서 보충 글 올립니다. 감온안료는 감온색소, 시온안료, 시온색소, 감온 마이크로캡슐, 시온마이크로캡슐, 감온색소파우더, 시온색소파우더, 감온파우더, 시온 파우더, 감온슬러리 등등 아주 다양하게 불리우고 있지만 모두 같은 말입니다. 다만 파우더와 슬러리는 별도 구분되는 것은 다 아실 것이라 판단되고요. 색상변화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은데... -다음-
감온안료, 시온안료...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쓰는 말인 것 같다. 더러는 한글로 쓰니까 그렇지 한자로 쓰면 알기쉽다라고 할 사람들도 있을 성 싶다. 그러나 ‘感溫顔料’를 쓴다해서 알아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절집에서 쓰는 ‘단청안료’ 등과 같은 말로도 쓰이는 ‘안료’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안료(顔料):「1」색채가 있고 물이나 그 밖의 용제에 녹지 않는 미세한 분말. 첨가제와 함께 물이나 기름으로 이겨 도료나 화장품 따위를 만들거나 플라스틱 따위에 넣는 착색제로도 쓴다. 「2」얼굴에 단장으로 바르는 연지, 분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어른들은 이해갈듯한 풀이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순화어 방>에서는 “원어 : 顔料 → 순화어 : 물감”으로 고쳐쓰라고 해놓았다. 그리고는 못 미더워서 “순화정도→ 순화한 용어만 쓸 것”이라고 해두었다. 고쳐 써야하는 이유는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니 누가 ‘안료’처럼 고상한(?) 말을 놔두고 ‘물감’이라는 촌스런(?)말을 쓸까 싶다. 지금도 검색창에 ‘안료’를 써 넣으면 별의별 안료가 다 있다.
‘안료’는 ‘간료’로 소리나는 일본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을 보면, 顔料(がんりょう)は、着色に用いる粉末で水や油に不溶のものの総称。着色に用いる粉末で水や油に溶けるものは染料と呼ばれる。풀이하면, 착색에 이용하는 분말로 물이나 기름에 녹지않는 것의 총칭. 착색에 이용하는 분말로 물이나 기름에 녹는 것은 염료라고 부른다’
곧 일본어에서는 안료와 염료가 다르지만 쉬운 우리말로 하면 안료든 염려든 ‘물감’이다.
이런 말은 조선시대에는 무엇이라 썼을까 궁금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안료(顔料)’가 모두 6건 나오는데 원문에는 없고 모두 번역본에서 나타난다. 예를 하나보자.
중종 102권, 39년(1544 갑진 / 명 가정(嘉靖) 23년) 2월 12일(신사) 5번째기사
한숙·김은고·이거를 불러 제독 주사의 단자를 찢은 진상을 진달하게 하다
<원문>
且我行次弓角二百對、朱紅三百斤貿來, 而此單子內不記, 故以爲此非我行次之事也。 然不能無疑, 故入京肅拜日, 請推長連矣。
<국역문>
또 우리 행차에는 궁각(弓角) 2백 대(對), 주홍(朱紅)20827) 3백 근을 무역해 왔는데도 이 단자에는 기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는 우리 행차의 일이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의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으므로 입경하여 숙배(肅拜)20828) 하던 날 장련을 추고하도록 아뢴 것입니다.
[註 20827]주홍(朱紅) : 붉은 빛깔의 안료(顔料).
위 기사에 보면 ‘주홍’을 ‘안료’라고 주석해 놓고 있다. 일본말 찌꺼기를 사용하지 않고 쉬운 우리말로 왕조실록을 번역한다면 ‘붉은 물감’으로 번역하면 좋을 일인 것을 ‘안료’라는 말을 들여다 쓰고 있는 것이다. 누가 번역한 것일까? 쉬운 제나라 말을 많이 썼다면 훨씬 알기쉬운 국역이 되었을텐데 아쉽다.
지금이라도 ‘안료’를 버리고 ‘물감’으로 써야할 것이다. 덧붙여 나이든 분들은 ‘에노구’란 일본말을 알 것이다. ‘絵の具’ 곧 ‘그림물감’을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다행스럽게‘ 그림물감’이라고 쓴다. ‘에노구’ 세대가 ‘안료’를 낳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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